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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020)
조현설 지음 | 2003년 8월 15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3,300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117-1-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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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
이 책은 국내필자가 문신(文身, Tattoo)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책이다. 단순히 유행에 지나칠 수 있는 문신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 아니라, 문신의 역사적 배경과 인류학적 의미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새로운 지식이나 유행까지도 표피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배경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는 살림지식총서의 기획취지에 부합되는 책이기도 하다.
문신에 관한 몇 가지 의문
오래된 문신의 흔적들
문신의 기원과 사회적 기능들
문신의 사회적 효과와 욕망의 동일화
문신할 나이, 그리고 문신의 기술
금지된 문신과 형벌 문신
문신의 귀환
새로운 종족의 출현과 문신이라는 패션
문신의 현주소
근래 한국사회에서 바디 페인팅, 피어싱, 플라노 아트 그리고 문신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영화 「조폭마누라」의 여주인공이 보여준 문신은 그 나신을 통해 문신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축구스타 안정환의 어깨문신은 문신이 미적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의식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릇임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듯,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문신 동호회나 관련 사이트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새로운 흐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문신은 여전히 혐오와 기피의 대상일 뿐 이해의 대상은 아니다. 오해를 벗어나 이해에 이르는 길은 우리가 지닌 편견을 내려놓고 대상의 근원을 성찰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문신의 문화사에 대한 탐색을 통해 지금 우리를 이해하는 오솔길 하나를 닦기 위한 것이다.

각 문명이 남긴 문신의 자취
이 책은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에 남아있는 자료와 문헌들을 집대성함으로써 문신의 기능과 사회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시대상으로는 기원전 3,300년 전부터 현대까지 지역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남아메리카를 거쳐 한국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전역을 다룸으로써 하나의 문화지도를 완성해냈다. 예를 들면 ꡔ삼국지ꡕ 사마천의 ꡔ사기ꡕ ꡔ조선왕조실록ꡕ 등의 문헌을 통해 당대에 문신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리고 문신이 금지된 이유와 형벌 문신의 예들을 보여준다.
1991년 10월, 활과 화살 그리고 청동도끼를 소지한 한 사냥꾼이 냉동된 채로 알프스 산에서 발견되었다. 몸에 모두 58개의 문신이 새겨진 이 냉동 사냥꾼은 기원전 3,300년경에 죽은 것으로 추측되며, 지금까지 발견된 문신에 관한 증거 자료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청동기 시대의 이름 없는 사냥꾼은 5천여 년 전 외롭게 죽어갔지만 우리에게 문신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침묵 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이집트,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중국과 일본 등에서 발견된 자료들은 문신의 문화가 세계전역에 고르게 퍼져있었음을 보여주며, 한국도 삼한시대에 문신의 풍습이 있었다는 자료를 {삼국지}와 {후한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아래의 기록들이다.

1) 남자들은 때때로 몸뚱이에 바늘로 먹물을 넣어 글씨나 그림을 그린다. 이것을 문신이라고 한다.({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 한(韓))
2) 또 남자나 여자가 모두 왜와 같이 바늘로 몸뚱이에 먹물을 넣어 글씨나 그림을 그린다.({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 변한(弁韓))
3) 그 남쪽 국경은 왜와 가까운 까닭에 왜의 풍속을 닮아 역시 몸뚱이에 바늘로 먹물을 넣어 그림을 그리는 자가 있다.({후한서(後漢書)}, {동이전(東夷傳)}, 한(韓))

문신의 기원과 사회적 기능
문신에는 종교적 동기와 미적 동기가 공존하고 있다. 저자는 문신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살펴봄으로써 현대에 문신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를 모색한다. 문신은 가학적 환상, 근친상간적 욕망에서 일어나는 죄의식, 억압된 동성애적 욕망 등을 상징한다는 심리학적 해석 외에도 주술적 기능, 종족과 신분 표시 기능,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심미적 기능 등이 언급되고 그 사례들이 고증되고 있다.

새로운 종족의 출현
현대인은 일탈적 욕구를 억제하면서 별 문제 없는 일상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젊은이들에게 문신은 일탈적 정체성의 외시를 통해 자기만족을 선사하거나 심리적 불안감을 지워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문신족들은 말한다. “나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은 고통스러운, 아니 즐거운 새기기 패션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신체 장식과 변형술은 원시사회로부터 내려온 오래된 유산이다. 이제 우리는 ‘다수=정상, 소수=비정상’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이원론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평등안(平等眼)이다. 대상에 대한 편견이 전제되면 우리의 시각은 불평등해진다.
또한 문신 자체는 욕망의 중심이다. 문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통도 감내해야 하고, 특정한 문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집단이 요구하는 각고의 노동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하나의 문신 사회는 이 욕망을 중심으로 동일화된다. 문신은 단지 피부 위에 새겨진 무늬가 아니라 정신의 무늬, 의식의 주름이 되는 것이다. 문신의 궁극적 기능은 욕망의 동일화, 그것이 아닐까?
저자는 문신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고 평등한 시선으로 볼 때 그 안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발견은 우리를 세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우리들 자신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의 자리로 인도할 것이다. 그것이 오랜 문신의 역사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문신(文身, Tattoo)’이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의 뇌리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떤 부정적인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얼른 ‘혐오’라는 또 다른 말로 수렴된다. 왜 우리는‘문신은 혐오스럽다’와 같은 자동기술적인 표현을 하게 되었을까? 문신은 먼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_p.3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문신의 위치나 형태, 크기 등은 집단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 한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부여하는 원리는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문신한 사회는 문신을 통해 개인의 위치, 다시 말해 개인의 정체가 거울처럼 드러나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_p.36

지금까지 우리는 문신이 언제 어떻게 금지되었는지, 그리고 그와 함께 형벌 문신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런 개괄은 우리를 문신 금지는 고대의 종교나 철학의 보편적 윤리학이었으리라는 추론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 윤리학은 특정 문화가 보편 문화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과 적대 관계에 있던 주변의 문화와 자신들을 구별하여 자신들의 우위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해주었다. 결국 선민의식을 내세웠던, 따라서 문신을 금지했던 유대 기독교적 전통이나 중화적 전통이 문화의 중심을 형성한 중세를 거치면서 문신은 열등과 미개의 표상이 된 것이다. _p.7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