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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 강영호 지음 | 2009년 11월 23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288 쪽
가격 : 12,800
책크기 : 152*210
ISBN : 978-89-522-1286-3-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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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디자이너 김탁환과 이미지텔러 강영호가 만들어낸
기괴하고 위험한 상상력!
흡혼吸魂의 사진술사와 영혼을 빌려주는 이야기꾼의 기이한 만남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음악을 틀어놓고 찍는다 하여 ‘춤추는 사진작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강영호, 국내 영화와 광고 포스터의 90퍼센트 이상을 작업하며 최고의 스타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던 그가 돌연, 거울을 마주보고 자기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 찍힌 것은 온전한 강영호가 아닌, 한 인간의 안에 잠재하고 있는 기형적인 괴물의 모습들이었다. 강영호가 잡아놓은 프레임 속의 괴물들을 소설가 김탁환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간 『노서아 가비』『불멸의 이순신』『나, 황진이』『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와 같은 역사 팩션으로 과거의 인물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었던 김탁환이 이번에는 바로 지금, 서울,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김탁환 강영호 장편연작소설『99』는 김탁환이 쓰고, 강영호가 찍은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와 상상력이 오고가며 완성된 장편연작소설이다. 하나의 거울을 사이에 두고 한 명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이야기를 이미지화한, 강영호와 김탁환의 현실과 상상이 끈적하게 뒤엉켜 탄생한 것이 바로 『99』다. 이들은 신처럼 완전한 아름다움을 가진 인간을 만들려다 실패로 끝나 불완전한 괴물을 만들어버린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는 자신들의 욕망을 이 소설 안에 짙게 녹여내고 있다. 거울과 카메라, 그리고 키보드를 통해 무한 변신한 인간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홍대 앞에는 드라큘라가 산다

홍대 앞 상상사진관, ‘드라큘라 성’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검은 더치커피와 핏빛 와인을 마치 드라큘라처럼 들이키는 사진작가 강영호의 작업실이다.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당시 강영호는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자신이 원했던 중세 드라큘라의 성과 같은 콘셉트로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건축가를 모집한다. 그때 창백한 피부, 얇은 입술, 마치 뱀파이어 같은 외모에 독특한 말투를 가진 제이 킬이라는 건축가가 나타난다. 하루 만에 설계도를 완성해오고 자신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매번 만족시키는 이 의문의 건축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 강영호는 몰래 그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홍대의 한 반지하방에 사는 제이 킬은 매번 새벽 2시에 집을 나가 6시에 돌아오는데, 그는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때마침 홍대 주변에서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드디어 7층 꼭대기에 유령선이 있는 드라큘라 성이 완공되고 이 사진관으로 기괴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한다.
소설에는 홍대, 목동, 하늘공원과 같은 실제 지명이 등장하고 주인공 이름도 ‘강영호’를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상상사진관’은 홍대 앞에 실제로 자리 잡고 있는 강영호의 사진관이다. 스토리 역시 김탁환과 강영호의 실제 경험이 버무려져 있고 마치 서울 곳곳에서 진짜 있었던 일 같은 혹은 그 누구에게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하기 때문에 더욱 섬뜩하고 흥미진진하다.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과의 만남

이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무섭지만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미 그들을 서울 곳곳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천 만 인구가 넘게 살고 있는 도시,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살며 통제 불능의 도시가 되어버린 서울. 서울은 흡사 괴물처럼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괴물 같은 서울을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 속에는 기형적인 욕망이 꿈틀거리고 그 욕망을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터뜨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려 죽은 사람의 얼굴이 사람이 자신의 배와 가슴에 나타나는 지하철 기관사 T의 이야기(「인간인간인간」) 역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딜레마 같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이 뛰어내려 자살을 해도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지하철을 운행하고 그 장소를 지나 출퇴근을 하는 삶이 가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밤낮을 잃어버린 도시를 피해 하늘공원의 땅 밑으로 숨은 「반딧불이 인간」, 타인을 괴롭히기 위해 자신을 자해하는 딜레마에 빠진「상대성 인간」 등 서로를 죽고 죽이며 계속 살아가야 하는 모순적인 공간이 바로 서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배경인 서울을 뉴욕 혹은 런던 혹은 전 세계 어떤 도시로 바꿔도 이야기는 성립된다. 『99』는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평범한 인간들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괴물, 모두가 두려워서 외면하고 싶은 그 극한의 공포를 김탁환과 강영호는 집요하게 파헤쳐 사람들 앞에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탁환과 강영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 사진과 소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99』라는 전혀 새로운 장르의 충격적인 소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독자들은 이 신선하고 독특한 ‘맛’을 보고 김탁환이, 강영호가, 그리고 우리가 깨운 괴물들과 만날 시간이다.
작가의 말

상대성 인간
인간인간인간
반딧불이 인간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트로스 인간

신을 동경하는 한 쌍의 드라큘라 _ 김탁환 강영호 작가인터뷰
제이 킬의 밤 나들이는 칸트의 산책처럼 규칙적이었다. 밤 2시 반지하방을 나갔고 새벽 6시면 돌아왔다. 미행은 처음부터 포기했다. 골목으로 나서자마자 전력을 다해 달리고, 또 축지법을 쓰듯 갑자기 돌아오는 그를 쫓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카메라의 힘을 믿기로 했다. 골목 전체를 와이드 앵글로 잡고 2시와 6시에 집중적으로 셔터를 눌러댔던 것이다. 내가 확인 한 것은 단 하나다. 나갈 땐 희고 창백하지만 돌아올 땐 늘 피투성이인 두 손. 연쇄살인마는 분명 제이 킬이다. ……열흘 뒤, 제이 킬과 다시 만났다. 그는 또 새로운 모형을 가져왔고 시간 단위의 타임테이블과 단돈 십 원까지 소상한 견적서를 내밀었다. 모형은 더 창의적이고 숫자는 더 치밀했다.
열흘 동안 꽤 바쁘고 힘들었겠소. 이걸 다 만들려면…….
제이 킬이 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 채 답했다.
힘든 것 없음.
-「상대성 인간」 중

며칠 전부터 소화가 안 되더라고요. 따로 시간 빼서 병원 갈 형편이 아니라서 소화젤 사다가 먹었습니다. 밤에 집에 와서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는데, 배꼽 위로 뭔가 튀어나왔더라고요. 턱처럼 뾰족했지만……. 설마 설마 했습니다. 한데 다음 날 갈비뼈 쪽이 근질거려 긁다가 털을 뽑았어요. 사람 눈썹이었죠. 그날 하루, 어떻게 지하철을 몰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배에선 눈과 코와 입과 귀가 만들어지는 중인데, 맙소사 지하철 운전이라니……

-「인간인간인간」중

그녀가 학동역 10번 출구 옆, 자신의 자가용에서 유리창 닦기용 걸레를 찢어 잇고 창에 걸레 끝을 고정 시켜 목을 맨 시각은 5시 25분에서 30분 사이라고 경찰은 발표했지. 5시 20분쯤 학동역으로 내려오던 청소차가 쓰레기를 주워 담기 위해 잠시 멈췄는데 그녀의 자동차 미등이 꺼지는 걸 청소차 운전사가 확인했대 ……넌 그녀에게 새 남자가 생긴 걸 닷새 전에 알았지. 그리고 스틸녹스의 마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야. 무의식은 그냥 둔 채 의식만 꺼버리는, 경찰은 없고 도둑만 득실거리는 대도시의 밤을 닮은, 약을 먹기 직전 떠올린 이미지와 품은 욕망대로 자신을 내던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

- 「끈적 인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