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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1
김탁환 지음 | 2013년 3월 20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332 쪽
가격 : 12,000
책크기 : 130*190(양장)
ISBN : 978-89-522-2360-9-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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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Bank1.hwp
거대한 절망의 시기, 그들은 좌절 대신 세상과의 한판 승부를 택했다!

100년 전 일제와 조선 스페셜리스트 간의 숨 막히는 화폐전쟁
김탁환, 우리 삶의 화두 '자본'을 탐구하다
“너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한없이 단정한 악마, 자본의 맨 얼굴을.”
개항 전 제물포는 작은 포구였지.
가난했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돈 때문에 불행할 이는 없었어.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고생을 했으니까.
개항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벼락부자들이 등장했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알거지로 전락했지.
적당히 얻고 적당히 잃고 적당히 위로하며 사는 건
지금 이곳엔 어울리지 않아.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자본의 파괴력과 냉혹함을 배웠다. 이윤만 남으면 국경을 타넘고 대륙을 건너뛴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자본은 ‘아주 합법적으로’ 도로와 빌딩을 접수하고 ‘매우 신사적으로’ 돈과 기술을 강탈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뱅크』에서 작가 김탁환은 오늘날 우리들 삶의 화두인 ‘자본’을 탐구하기 위해 100년 전 민족자본이 싹트려 했던 시점을 포착했다. 찬란한 욕망 가운데 탄생해 생명체처럼 증식하고 탐욕 속에서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자본의 속성을 투시하면서, 작가는 주인공들을 그 권모술수와 살인, 음모와 치정이 난무하는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몽테크리스토 백작』보다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복수극을 직조해냈다.
작가는 고전을 통해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듯, 100년 전으로 돌아가 근대 자본의 얼굴들을 만나며 2013년 현재를 헤쳐나갈 길을 찾고자 했다. 그러했기에 작가가 펜을 놓았을 때 『뱅크』는 ‘변치 않는 인간 탐욕에 관한 보고서’이자 ‘선한 자본에 관한 작가 나름의 묵상’이 되었다.

“은행이라면, 그것도 민족은행이라면
마지막으로 한번 목숨을 걸어볼 만 하지 않을까.”
더 무서운 사실은 이미 부국이 된 나라들은
자신들이 부를 쌓은 방법을
결코 빈국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빈국은 스스로 부를 쌓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돈을 모으고 그 돈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며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은행을 세우지 못한 나라는 돈을
모두 부국의 은행에 빼앗기고
빈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조선의 백성들에게 그것은 온 우주가 바뀌는 변화였고, 적응하지 못할 흐름이었고, 그리하여 모든 것을 빼앗는 악마였다. 개항기는 거대한 절망의 시기로 도래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입에 풀칠하기 힘든 시기였고 그래서 절망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새로운 흐름을 살아 있는 눈빛으로 관찰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그 변화의 흐름에 몸을 싣는 조선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있었다. 그들은 예리하게 새 시대의 기미를 포착하여 저마다의 기회를 움켜쥐었다. 금광을 통해, 인삼을 팔아, 기업을 일으켜 저마다 새 시대를 헤쳐나갈 힘을 키웠다. 작가는 『뱅크』에서 바로 그 조선의 스페셜리스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장철호와 최인향, 그리고 박진태. 개화기의 젊은 그들은 인천과 개성, 그리고 서울을 오가며 변화의 흐름을 읽었고 새로운 규칙을 습득했다. 처음에 그들은 부를 향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열강의 자본 앞에서 계속되는 패배를 겪어야 했고, 가난한 나라의 부자는 결국 가난한 나라의 백성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민족을 만났다.

“그 눈빛, 난 네 녀석의 그 눈빛이 좋아.
그런 눈빛을 지닌 놈이 내편이면 천군만마고
적이면 최우선 암살대상이야.”
운이 좋아서 그럭저럭 먹고 살수는 있겠지.
하지만 결코 1인자는 안 돼.
1인자가 된다는 건 그 집단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뜻이지.
운으로 그 자리에 오른 놈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제풀에 물러나거나
아니면 강제로 끌려 내려와서 목이 잘리지.

작가는 조선의 스페셜리스트인 ‘젊은 그들’을 절벽 끝까지 몰아세웠다. 몇몇은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렸다. 세상이 송두리째 변하여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기, 그 시기는 변하지 않으려는 자에게는 거대한 절망의 시기로 덮쳐오지만 기민하게 적응하는 자에게는 기회의 얼굴로 다가오는 법이다. 목표가 높았던 만큼 변신이 빨랐고 대결은 치열했으며 패배는 쓰라렸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방식, 다른 모습으로 자본과 조우했다. 우리는 그들의 분투를 통해 한편으로는 ‘자본의 악마성’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한 자본’에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100년 전 개항기 조선의 스페셜리스트들의 행보를 그린 이 소설을 읽노라면 ‘오래된 미래’인 것처럼 2013년 현재와 겹쳐진다. 장철호, 박진태, 최인향이 개항기 인천과 개성, 서울을 오가며 벌이는 모험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스타트 업(Start Up)’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주인공들은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탄식하는 대신, 변화를 공부해 내 것으로 만들고 기존의 관행이 무너진 자리를 용기 있게 차고 들어가 마침내 시대의 주역이 되고자 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암울하고 훨씬 더 절망적이었지만, 그들은 시대와 환경을 탓하며 좌절하는 대신 세상과의 한판 승부를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다른 신세계와 조우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주인공들의 한판 승부가 결코 저 옛날 소설 속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대신 아마도 조선의 스페셜리스트들이 2013년 암울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세상과 한번 맞붙어보라고 불 지르는 고함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여는 말

제1부 타오르는 돈
제1장 결의형제
제2장 담보보다 중한 것
제3장 운명을 바꾸기 위하여
제4장 양날의 검
제5장 죽음의 바다
제6장 아홉수
제7장 시장에서 생긴 일
제8장 복수의 불바람

제2부 바야흐로 인천시대
제1장 부두 노동자
제2장 첫 승부
제3장 은행과 다른 악마
제4장 대불호텔의 밤
제5장 사모하는 마음
제6장 용쟁호투
제7장 까마귀는 날고 배는 떨어지고
제8장 합종연횡
제9장 역전
제10장 재회
제11장 때 이른 파국
제12장 투옥
“그러니 더욱 뭉쳐야지. 조선을 집어삼킬 어마어마한 파도가 왜바람을 타고 밀려들 걸세. 멍하니 있다간 마냥 휩쓸려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일본이 그동안 한 짓은 괘씸하지만, 세상 형편을 살피지 않고 나 몰라라 등을 돌리는 건 더 어리석어. 지금도 너무 늦지나 않았는지 걱정이라네. 이왕 나라 밖 장사꾼들과 섞여 겨뤄야 한다면 한판 제대로 맞싸움을 붙어야 나중에 억울하진 않지. 아니 그런가?” (14쪽)

장훈은 어린 아들에게 두 가지를 가르쳤다.
하나는 셈법. 세상만사를 숫자로 옮겨 이해득실을 짚지 못하면 장사꾼 자격이 없다. 철호는 글자보다 먼저 셈법을 익혔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느라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한 철이 갔다.
또 하나는 등산. 모름지기 장사꾼은 다리가 튼튼하고 걸음이 날래야 한다. 장훈은 송상 중에도 손꼽힐 만큼 걸음이 빨랐다. 보부상 걸음으로 꼬박 보름이 걸리는 포구도 엿새나 이레면 충분했다. (29쪽)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지만 친구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평판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친구를 박대했다는 풍문이 돌면 송상 전체가 널 손가락질할 게다. 나라면 친구가 담보 없이 왔다 해도 그가 원하는 돈을 해줬을 게다. 돈이 없으면 친구는 회생할 마지막 기회조차 잡지 못하니까. 그의 몰락이 영원히 내 탓으로 낙인찍힐지도 몰라. 넌 돈을 주고 평판을 얻는 게다. 처참하게 망해가는 친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평판. 그거면 족해. 철호야!” (34쪽)

혁필의 소원은 자신의 객주를 갖는 것이었다. 내거간으로 아무리 이름을 높여도 서상진이 부리는 아랫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일을 완수하고 거금을 챙기더라도 당장 객주를 차려 독립하긴 어렵겠지만 서상진 밑에서 일하는 세월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조선과 일본이 강화도에서 진행 중인 회담의 성격 따윈 혁필이 따질 일이 아니었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미래 역시 그와는 무관했다. (63쪽)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 널렸는데, 넌 겨우 돈만 있으면 가능한 일에 머물려고 하느냐? 넌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한다고 보느냐?”
“아닙니까?”
“단 한 번도 돈을 앞세운 적이 없어. 장사를 잘하면 돈은 따라오는 것이다.”
진태는 서상진의 가르침을 거부했다.
“근사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건 행수 어른처럼 돈 많은 부자들이나 하는 소리겠지요. 저는 우선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하고픈 일을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87쪽)

“평생 부두에서 무거운 짐이나 나르며 살겠다고? 넌 그렇게 해. 난 노동자로 늙을 생각 없으니까. 하루 종일 일해봤자 하역 값 챙기는 이는 따로 있다는 걸 너도 모르진 않지? 하역을 따낸 행수들 몫으로 적게는 3할 많게는 5할이 돌아가. 그들은 짐 하나 들지 않고 부두 노동자가 받는 일당의 몇 십 배를 챙긴다고. 그쪽으로 옮겨가야지. 화물 나르다가 허리라도 삐끗하거나 다리라도 부러뜨리면 그걸로 인생 끝이야.”(157쪽)

우정도 사랑도 사치였다.
철호에겐 돈이 필요했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 부자가 되어 개성의 옛 땅을 되사는 것 그리고 동생 현주를 수소문해서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인향과 만나는 문제는 이 세 가지를 이룬 뒤 고민해도 늦지 않으리라. 그러나 과연 언제 부자가 될까. 확언하기 어렵다. 이 세상에 돈을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부자가 되기 싫은 사람이 있을까. (214쪽)

“피 말리는 경쟁은 부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야. 개항이 되고 외국인들이 조계지에 정착한 후부터 10년 동안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어. 개항 전 제물포는 작은 포구였지. 가난했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돈 때문에 행복하거나 돈 때문에 불행한 이는 없었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고생을 했으니까. 개항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벼락부자들이 등장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뜨내기들이 모여들었고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어.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금방 알거지로 전락했지. 적당히 얻고 적당히 잃고 적당히 위로하며 사는 건 지금 인천에 어울리지 않아. 이긴 자는 전부를 갖고 진 자는 전부를 잃어. 중간은 없어.” (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