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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수상자 발표
작성자 : 살림출판사  |  2012/06/20 16:32:26

40여 편의 응모작 중 5편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가상 역사 소설에서 지금 이 시대 아이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이야기 그리고 판타지까지 작품의 소재는 다양했고,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부터 어른 작가의 아이러니 가득한 시선이 들어간 능청맞은 어투까지, 문체도 진폭이 커서 읽는 맛이 각별했다. 이 중 한 작품을 고르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비닐 망토의 비밀』은 학교 폭력을 다룬 이야기로, 이 폭력이 아이들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된 뒤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제 의식이 진지하고 단단해 보였지만 문장이 난삽하고 구성이 허술해서 가독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열두 살이다』는 ‘어린이라고 하기도 청소년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나이’의 세 아이들이 외로움, 분노, 슬픔, 기쁨, 자책 같은 다양한 감정을 겪으면서 자라는 모습을 보인다. 별 사건 없는 평범한 일상이 현미경으로 보는 듯 놀랍게 새로운 면모로 드러나고, 그와 더불어 세 아이의 심리가 치밀하게 그려진다. 이 과정이 주인공 화자의 글쓰기 환경과 인식의 변화와 엮이면서 발전한다는 설정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그것이 장점이면서도 그 교직이 너무 허술하다는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세 아이가 각각 나름의 사연과 성격을 뚜렷이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이 서사로서 흥미롭게 풀리지도 못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짜임새를 보여 주지 못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 산동네로 이사한 한 가족의 맏아들이 새로운 환경에 씩씩하게 적응해가는 이야기인 『우당퉁탕 가족증명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평가가 뚜렷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뚜렷하게 시대를 증언하는 것도 아니고, 도옥이네 식구들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가족의 재발견을 말한다고 보기에는 주변 인물이나 에피소드의 간섭이 과하고, 도옥이라는 인물이 돋보이기에는 캐릭터에 대한 집중력이 약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흥겹게 돋보이는 점은 문체로서, 자칫 상투적인 것으로 제쳐놓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에 문학적 개성을 실어주고 있다. 말은 아이의 입에서 나오되 의식이나 표현 방식은 어른인 작가의 것임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약간 삐딱한 문체는, 우리 동화에 드문 아이러니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도가 소재와 구성과 인물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작품이 나오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매화가 새겨진 옥패』와 『외계의 아이』가 남았다. 두 작품 모두 확실한 장점만큼이나 뚜렷한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어려웠고, 당선작으로 올리기에도 많은 망설임이 따랐다. 오랜 토론과 숙고 끝에 결국 『외계의 아이』가 당선작 아닌 우수상으로 결정되었다.

『매화가 새겨진 옥패』는 병자호란을 겪은 비운의 왕세자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 사이의 세손 경선군이 궁궐 밖에서 평민으로 자라난다는 상상이 펼쳐지는 가상 역사 소설이다. 정교하고 탄탄한 문장과 생동감 있는 묘사, 굴곡 많은 서사로 가독성은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지밀상궁과 호위무사를 어머니 아버지로 알고 평범하게 자라던 환은 어느 날 맞닥뜨린 자객으로 인해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완전히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자신도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살 길을 찾아 필사적으로 나아가는 환의 행적은,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급격히 장력을 잃어간다. 자신이 세손임을 알게 된 때에도 그 충격과 혼란은 거의 없는 듯 넘어가고, 세손의 자리를 포기하고 평민으로 살겠다는 결심에도 당위성과 설득력은 주어지지 않는다. 전반부의 공들인 서사와 묘사를 후반부에서 이어받아 주었다면 당선작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전반부의 기대감이 후반부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외계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갑자기 자신에게 냉랭해지고 철없는 동생은 계속 칭얼거리는 상황에서 주인공 민우가 겪는 놀라운 일과 알게 되는 엄청난 사실은, 독자의 흥미를 바짝 끌어당긴다. 인간의 학대를 견딜 수 없었던 지구가 우주로 구조 신호를 보내고, 그것을 전달받은 외계인들이 지구인들 사이에 섞여 살면서 지구인과 결혼까지 한다, 그렇게 나온 반(半)외계인들이 세상에 포진해 있고 민우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반외계인들은 다양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고, 민우의 초능력은 공중으로 떠올라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라는 설정은 상당히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본 설정이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축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인간의 몸에서 나무가 자라나는 트랜스트리 증후군, 강박사의 음모 같은 소재들이 성기게 배치되면서 작품의 통일성이 흐트러진다. SF 영화에서 쓰이는 다수의 모티프들이 자주 눈에 띄면서 개성도 흐려진다.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어쩌면 환경 문제를 연상할 수도 있고 다문화 문제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면모가 오히려 작품의 집중력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넓은 상상력과 다부진 문장력, 뚜렷한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력은 이 작가에게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재를 적절히 선별하여 맥이 확실한 서사 구조를 세우는 능력만 갖추면 앞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당선을 축하하면서 이 가능성 많은 작가를 환영하고 싶다.

심사평 : 원유순(동화 작가), 김서정(아동 문학 평론가)

제3회 살림Friends 문학상 수상자 발표
제3회 살림Friends & 살림어린이 문학상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